선비의 친구들, ‘문방사우文房四友’는 종이와 붓, 벼루와 먹을 말합니다. 여기서는 세 가지 친구들만 소개해보겠습니다.
 학교 다닐 때 한 번씩 먹을 갈아본 적이 있으신가요? 먹은 소나무를 태운 그을음(숯)인 송연이나 식물 기름을 태운 후 나오는 그을음을 아교로 굳힌 것입니다. 처음 먹을 만들면 말랑말랑하지만 충분히 굳고 나면 단단해집니다. 글씨를 쓰거나 수묵화 같은 그림을 그릴 때 먹물은 필수입니다. 벼루에 물을 붓고 먹을 갈면 먹물을 만들 수 있습니다. 
 
 먹을 가는 것이 쉬운 것은 아닙니다. 적당한 농도로 충분히 갈아주지 않으면 글씨나 그림을 그릴 때 물만 많이 번지기 때문입니다. 그림을 그릴 때는 다양한 농담 표현이 중요하기 때문에, 진하게 먹을 갈아놓고 물을 섞어가면서 사용합니다. 
 먹을 사용하면 미생물 오염과 훼손 방지에 효과가 탁월하여 문서나 그림이 잘 보존되어 오래 남아있을 수 있다고 합니다. 좋은 먹을 잘 갈아서 사용하여 충분히 말렸을 때는 보존성이 높아지지만, 먹을 대충 갈거나 부패된 먹물, 약품 처리된 먹물을 사용하면 상한 냄새가 나거나 쉽게 훼손되고 색이 바래게 됩니다. 
 오징어 먹물로도 글씨는 쓸 수 있다고 하는데, 먹을 갈아 만든 먹물과 다르게 일 년 안에 다 바래져서 사라진다고 합니다. 그래서 조선시대의 탐관오리들이 지키지 못할 약속을 적거나 거짓 장부를 쓸 때 오징어 먹물로 사용했다고 합니다. 여기서 유래된 말이 ‘오적어묵계(烏賊魚墨契)로, ‘오적어烏賊魚’는 오징어라는 말이고, ‘묵墨’은 먹(물), ‘계契’는 약속을 말합니다. 오징어 먹물로 맺은 약속, 즉 허황된 거짓 약속을 뜻할 때 사용합니다.
 먹을 가는 데 필수 문방구인 벼루는 소재와 모양, 크기가 매우 다양합니다. 보통 돌로 만드는데 도자기나 금속, 보석으로도 화려하게 만들 수 있습니다. 대체적으로 네모난 모양이지만, 원형이나 12각형까지 그 형태도 다양하고, 화려하게 조각을 생기기도 합니다. 표면은 먹을 잘 갈 수 있도록 매끄러우면서도 미세하게 거친 부분이 있어야 합니다. 또 물기를 너무 머금어도 안되고, 빨리 말라도 안 되기 때문에 재료를 신중하게 택해야 합니다. 그래서 벼루는 어떤 재료로 어떻게 만들었느냐에 따라 가격이 천차만별입니다.
 그림 그릴 때 쓰는 붓은 모양도 크기도 다양하지만, 우리가 일반적으로 ‘서예’와 연관해서 생각하는 붓은 끝이 뾰족하고 통통한 모양입니다. 좋은 붓은 털이 고르고 가지런히 모아져서 끝은 뾰족하고 위는 둥그렇게 잘 묶여 있으면서 매끄럽고 탄력이 있어야 합니다. 주로 토끼나 족제비털이나 양모 등 동물의 털로 만들고, 요즘은 인조모 붓도 많습니다. 처음에 사용할 때는 뭉쳐있는 붓을 살살 풀어준 다음, 먹물에 충분히 담가놨다가 사용해야 합니다. 사용 후에는 먹물을 잘 씻어내고 말려야 하지만 너무 자주 세척하면 붓의 수명이 줄어들기 때문에 주기에 따라 조절해야 합니다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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